바다에 갔다. 남들 다 타는 파도를 타지 못해 계속 파도에 삼켜진 채 물을 먹었다. 어쩔 수 없이 육지로 올라왔다. 왜 진작 수영을 배우지 않았는가를 후회하며 한심한 몸뚱이를 이끈 채였다. 그저 가만히 서서 사람들을 구경했다. 남들 다 하는 걸 왜 간단히 하지 못할까, 파도를 마음껏 가르는 그들이 참 부러웠다. 곧 큰 소리와 함께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나...
첫날에 썼던 글을 다시 한번 읽고 왔다. 길을 잃은 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두려움과 설렘으로 시작한 첫 글쓰기. 그래도 100일간 조금씩이라도 끄적이다 보니 무언의 두려움은 많이 사라진듯하다. 일단 내 꿈대로 글이나 문장을 누군가에게 보이고 싶다는 꿈은 확실히 이뤘다. 주변인들에게 차마 말하지 못한 것들이나 나도 몰랐던 나의 것들을 남들에게 보인다는...
드디어 도착지점이 보인다. 처음에 시작할 때만 해도 앞이 까마득해서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고 있는 건 아닐지 그저 막막했었는데 결국 99라는 숫자를 적는 날이 왔다. 아마 나중에 생긴 오기가 나를 여기까지 이끌어준 것 같다. 호기롭게 끊었던 스타트, 고비는 생각보다 금방 찾아왔다. 100은 결코 만만히 볼 숫자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이렇게 다양한 세상에...
1. 전에 살던 집 화장실 욕조를 떼는 바람에 욕조 없이 9년을 살았다. 늘 그렇듯 하지 못하는 것에 로망이 생겨서 나 대신 남들에게 입욕제를 선물했다. 직접 쓸 입욕제를 고를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랐고, 반년 전에 이사를 오면서 그토록 바랬던 욕조가 생겼다. 마음만 먹으면 욕조에 몸을 담그고 책을 읽을 수 있게 됐는데도 지금까지 욕조에 물을 한 번도 받...
어느 정도 끝이 보이니 100일 글쓰기의 바탕이 된 글쓰기 제목에 대해서 적어보려고 한다. 우선 used to는 어느 앨범에 속한 노래 제목이다. 그 앨범에서 두 번째로 좋아하는 곡이자 첫 번째로 애정하는 곡. 1절에는 '그랬었다'는 뜻을 가진 'used to'로 이어지던 곡이 피처링 가사인 "The sun above my head tells me don’...
유치원을 다닐 때는 대부분이 그렇듯 분홍색을 제일 좋아했다. 가장 아끼던 옷과 가방, 신발과 머리띠까지 분홍색이 들어갔다. 온몸을 분홍색으로 치장하면 그토록 좋아하던 공주님이 된 것만 같아 좋았다. 초등학교를 들어가고 옷을 사는데에 내 의견이 들어가기 시작하면서는 분홍색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그저 공주 같은 분홍색보단 다양한 느낌이 있는 보라색이 더 좋아 ...
나는 늘 무관심한 지혜보다는 열정에서 비롯된 실수가 더 좋았다. -아나톨 프랑스 - 생각해보면 늘 그랬다. 실수하는 것보단 어중간한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어중간하면 차라리 쉽게 잊히니까. 삑사리를 겁내지 않고 시원하게 지를 수 있었더라면 적어도 노래할 때 목소리를 떨지 않았을 텐데, 뭐든 과한 것보단 부족한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부족한 것이 차라...
7월 자격증 시험을 열심히 보러 다녔다. 시험을 마치면 한 번씩 보드게임을 하러 갔다. 갈수록 재밌는 게임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 너무 행복하다. 아직까지도 생생한 7월 31일, 엄마에게 꽃을 선물하려 나왔다가 비가 내려서 꽃다발을 들고 한참을 서있었다. 엄마에게 꽃도 주고 우리 강아지 생일도 축하하며 정말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8월 첫 부산 여행을 다녀...
1월 처음으로 가족이 아닌 누군가와 새해를 맞이했다. 2020초를 열심히 찾으러 다녔는데 배라에는 2가 없고 파바에는 0이 없어서 각각 따로따로 사 와서 초를 불었다. 뭘 해도 새로운 1월이라 영화와 책을 평소보다 많이 보고 읽었다. 잘 모르는 가수의 음감회를 충동적으로 다녀온 날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올해 1월의 나는 지금의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
1. 모두에게 대가 없는 사랑을 전할 수 있기를. 두려움에 속아 소중한 것들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진정성에서 나온 사랑만 베풀 것, 그 이상은 내 욕심이 될 테니. 2. 감정을 돌본다는 핑계로 저 밑까지 굴러떨어지지 않기. 위에서 보면 나락이 참 쉽게 보인다. 다시 올라와야 하는 건 나임을 기억하자. 3. 내가 가진 것에 익숙해지고 안도하기. 두 번 들...
1. 약속에 늘 늦는 사람 애초에 시간 약속을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은 피하고 싶다. 3시라고 잡으면 3시쯤으로 인식하는 사람들. 그나마 3시쯤이면 양호하지, 인식을 저렇게 하고도 4시가 넘어서 온다. 나도 같이 늦으면 된다지만 자연스럽게 풀어지는 분위기와 그렇게 낭비될 자잘한 시간들이 싫다. 2. 책임감 없는 사람 마지막 아르바이트에서 만난 사람이 언질도 ...
요즘 누군가와 마음을 주고받는 게 유독 버겁다. 자세히 말하자면 누군가의 마음에 보답하는 게 힘들다. 나는 너무 인복이 좋아서, 복에 겨워서 이런 생각을 한다. 감당할 수 없는 복은 독이라고. 자신도 잘 모르는 인간이 남을 잘 알기란 쉽지 않다. 둔하다는 핑계도 이제 쓰기 지친다. 끝은 자책, 허울뿐인 울타리. 이러다 주위 사람들이 모두 떠나버린대도 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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